교자회관은 후쿠오카에서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다케오온센역에 있는 맛집입니다. 동글동글하고 속이 꽉찬 교자와 담백한 돈코츠 라멘입니다. 다케오온센역에서는 도보로 거리가 좀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걸을만한 이유가 있는 곳입니다.
가는 방법
구글맵 기준으로 다케오온센역에서 도보 16분 걸립니다.
주소 : 12397-1 Takeocho Oaza Tomioka, Takeo, Saga 843-0024 일본
위치 : https://maps.app.goo.gl/qVk2Ln6UkUJHcSnK8
후쿠오카 시내에서 다케오온센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카모메 라인을 이용하면 됩니다. 카모메 라인이 갈매기라고 하는데, 어딜봐서인걸까요. 저는 아무리 봐도 일본 여우가면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간판이 보일 때가 되면, 이제 냄새가 스멀스멀 코를 간지럽힙니다. 가게 앞에 도착할 때 쯤이면, 와 이건 누가 맡아도, 코로나 후유증으로 후각이 마비됐어도 맡아질 것 같은 냄새입니다. 이쯤 되면 냄새가 이정표라고 할 수 있죠. 한자를 못 읽어도 이건 만두집이라는 확신이 들 것입니다. 환풍구를 도로쪽으로 배치해놨는데, 실로 사악한 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도 차창을 뚫고 들어오는 냄새일겁니다. 그럼 이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의 부모님이 인간이 먹어서는 안될 음식에 홀려 미친듯이 먹다가 돼지가 되는 그런 것을 또 재현하는 것입니다.
막 시작한 구몬 일본어와 듀오링고로 간신히 배운, ‘라멘 히토츠 구다사이’를 시전하려고 했는데, 직원 분이 한국어를 잘하십니다. 잔뜩 밀려서 쌓아두긴 했지만 그래도 구몬을 했다는 그런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한국인인게 그렇게 티가 나는 걸까요. 분명히 유니클로 옷 입고 있는데 말이죠. 그래도 구몬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자는 못읽지만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는 배워서 라멘, 라이스, 오니기리, 비-루(beer!), 콜라, 칼피스는 읽을 수 있거든요. 와 일본어 잘한다!
메뉴 후기
교자
학창시절 중국어 시간에 배웠던 것 중 가장 쓸모있는 지식은, 바로 만두에 대한 분류일 것입니다. 소가 잔뜩 들어간 만두는 교자(자오쯔), 만두(만터우)는 속이 없는 찐빵에 가까운 것, 야채호빵에 가까워 보이는 빠오즈 등이죠. 그리고 육즙이 가득하고 피가 아주 얇은 만두는 소룡포(샤오롱바오). 이정도 말고는 중국어 시간은 저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지만, 뭐라도 남았다는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비주얼이 동글동글해서 이건 뭘까, 싶었지만 교자라고 하니까 안에 풍성한 소가 들어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줍니다. 그리고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교자의 맛. 튀김만두보다는 구운만두에 가까운 만두피의 식감에, 안에는 촉촉한 만두소가 가득합니다. 고기가 가득한데 육즙이 줄줄 흘러나오지는 않는 정도라서 진짜 담백하게 맛있습니다. 맛이 담백하다는게 아닙니다. 육즙이 흘러나오는 형태가 단정하다는 것이죠. 맛은 정말, 감칠맛이 폭발하는 맛입니다. 앉은 자리에서 두판씩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입니다.
라멘
고명이 특이한 편입니다. 돈코츠 육수인데 미역과 쪽파가 들어갑니다. 어렸을 때는 진하고 느끼한 국물이 좋아 더 진한 돈코츠라멘을 찾아 돌아다녔던 적도 있었는데, 어느샌가부터 느끼한 맛 보다는 개운하고 감칠맛 나는 라멘을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돈코츠라멘이래서 과연 맛있을까 싶어서 주문했는데, 미역과 파가 적절한 감칠맛의 균형을 잡아줘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간 일본 여행에서 라멘 맛집 어디를 가도 줄만 길고 맛이 별로 없다고 느껴져서 떨떠름했던 입맛에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라멘이 나타난 것이죠. 가성비 있는 편인데, 돈코츠인데 깔끔하기까지 해서 감동마저 느꼈습니다.
코로나 공백동안 아무 곳도 못가다가 오랜만에 간 일본여행에서 1시간 넘게 줄서서 먹었던 라멘집에서 먹고 나와서 일행과 ‘우리가 입맛이 달라진걸까 아니면 일본이 원래 이렇게 맛이 없었나’ 라고 토론했던 적이 있었는데, 결론은 ‘그 동안 맛있는걸 너무 많이 먹고 다녀서 입맛이 너무 토착화, 고급화 된게 맞다’ 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스키야 같은 24시간 밥집과 편의점 도시락으로는 도저히 만족하고 살 수 없는 입맛 까다로워진 여행객이 된 것이지요. 부모님과 가는 여행에서 자식들의 불만 1순위가 바로 맛집에 대한 건데, ‘비싸고 별로 맛도 없다’ 라던가, ‘물이 제일 맛있네’ 식의 평가가 늘 두렵기 마련입니다. 이제는 부모님과 입맛이 비슷하게 상향되었다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열심히 부모님과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 마저 들었습니다.
편의시설
안에 화장실이 남녀분리로 있어서 좋았습니다. 은근히 역과 멀어서, 도보로 걷다보면 아찔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늘 가지고 살아가는 여행객으로서는 참 다행인 일입니다. 배는 든든하고, 하늘이 맑고 청명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얼마나 잘난 만두길래 먼길 돌아서 가나 투덜댔던 스스로를 반성하고, 한껏 온화해지게 만드는 훌륭한 맛집, 교자회관이었습니다.